왜 정치경제학적 분석이 필요한가(2)-무역분쟁과 포럼쇼핑의 정치학

Overlapping Institutions, Forum Shoppin, and Dispute Settlement in International Trade(2007)- Marc L. Busch

1996년, 멕시코는 미국의 긴급수입제한조치(Safeguard)에 대하여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제소했다. 사실상 세이프가드와 관련된 문제는 양자간의 문제라기보다는 미국과 통상을 하는 모든 국가들의 문제이고,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대한 저촉여부가 뜨거운 논쟁거리이기도 한 만큼 세이프가드와 관련하여 미국을 WTO가 아닌 NAFTA에 제소한 멕시코 결정은 의문거리였다. 비슷한 시기에 미국은 캐나다를 정기간행물과 관련하여 WTO에 제소한다. 멕시코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결정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었는데, 이것은 미국과 캐나다 간의 지리적 근접성과 언어통용이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에 벌어지는 특수하고 양자적인 성격의 분쟁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 문제를 NAFTA에서 손쉽게 해결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WTO에 제소하였다.

미국과 멕시코는 왜 이러한 결정을 내린 것일까?

1. 포럼 쇼핑
부시는 이러한 일련의 현상들을 지칭하기 위하여 법학 용어인 '포럼 쇼핑'을 가져온다. 포럼 쇼핑이란 법적 쟁의를 할 수 있는 여러 기관들 중에서 하나의 기관을 선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문제를 가지고 노동중재위원회로 갈 수도 있고, 바로 법정으로 갈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Busch는 무역분쟁에 대한 제소가 제소국가들의 선례구축의 의도에 크게 좌우된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선호에 맞는 선례를 어느 포럼에 구축하는가, 혹은 아예 선례를 구축하지 않을 것인가의 문제가 국가들로 하여금 좀 더 다자주의적인 국제기구(WTO)와 적용범위가 한정적인 지역기구(NAFTA, EU, MESCOUR) 간의 선택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부시는 선례 구축의 동기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국가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기구내에서 선례를 구축함으로서 훗날 일어날 기구내의 국가들과 자신간의, 혹은 다른 국가들 사이의 분쟁에서 자신의 선호에 맞는 사전의(ex ante) 협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말해 자신이 만든 선례로 고소당하는 일은 누구도 반기지 않는다는 뜻이다.

2. 포럼 쇼핑의 결정요인
부쉬는 이러한 가정들 속에서 제소 국가들의 포럼 쇼핑 선택의 결정요인으로 다음과 같은 변수들을 제시한다.

1) 피소 국가나 다른 국가들, 국제기구의 규약에 비한 제소 국가의 자유무역에 대한 선호도의 정도
2) 제소 국가가 선례에 부과하는 미래의 가치

그런데 포럼 쇼핑이 일어나는 가장 첫 번째 이유는 기구들이 포럼쇼핑을 허용하기 때문이다. 뒤에 논의될 법제화와 유연성간의 딜레마 속에서 기구들은 국가들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함과 동시에 어느 정도의 유연성을 허용하기 위하여 제소의 권한을 국가에게 맡기고 있다. 따라서 국가들은 자신이 원하는 곳에 제소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외에 부시는 법률 자체, 법적 과정의 적시성, 재판과정과 판결 결과의 영향의 차이등을 제시하는데 자신이 주장한 국가의 선호에 비하여 이러한 기타요인들이 부차적임을 주장한다. 법률 자체는 대체로 GATT/WTO의 그것에 수렴하기 마련이며 다른 재판 절차나 결과 역시 WTO의 규정과 다른 기구들간에 결정적인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단지 주목하여야 할 것은 WTO에 다른 기구들의 분쟁해결 방식이 수렴해간다는 사실이다. 즉 WTO에 제소하는 국가들은 자신들의 선례의 영향력을 증대시키기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는 조금 뒤에 더 자세하게 다루어진다.

1번은 말 그대로 제소국이 다른 국가들이나 국제기구에 비하여 얼마나 더 자유무역을 선호하냐는 뜻이고 2번은 제소국이 훗날 이러한 선례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높은 가치 부여, 불리하게 작용할지-낮은 가치 부여 미래에 선례가 자신에게 어떠한 가치를 지닌다고 인식하는가라는 뜻이다. 부시는 제소국들이 당장의 무역 분쟁 해소의 결과뿐 아니라 훗날 어떠한 기구의 선례가 자신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에 대한 고려를 거쳐 포럼 쇼핑을 행한다고 주장한다.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반대의 경우에 피소국을 상대로 더 확실한 승리를 얻을 수 있더라도 제소국이 자유무역을 선호하면 선호할 수록 더 넓은 범위의 국제기구에 제소하는 경향이 강하며, 지역기구의 법적 쟁의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되면 경향성은 뒤집힐 것이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자유무역을 선호하지 않는 국가는 '중요한' 지역내 기구에서 제소를 당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자유주의적인 다자주의적 기구내 국가들에게 제소를 당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반대의 경우는 '중요한' 지역적 기구내에서 더 제소를 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의역이 들어가 매끄럽지 못한 것 같아 원문을 붙이겠다.
-Yet, both will reverse their choice of forum if the expected value of future regional litigation is higher, an illiberal complainant because it will be less fearful of being sued by its more liberal multilateral trade partners, and a liberal one because it will be less concerned about suing its less liberal multilateral trade partners

3. 포럼 쇼핑의 의의-1
부시는 코레모노스, 립슨, 스나이덜을 인용하며 국제기구의 제도에 포럼쇼핑이 가지는 함의를을 설명한다. 기구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조직되어 있는가의 여부는 국가들이 중첩된 회원자격을 가진 여러 기구중에 어떠한 기구들을 사용할 것인지, 혹은 애초에 기구를 사용할 것인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또한 기구들이 보유한 안정성(Stability)과 엄격함(Rigidity)간의 딜레마도 나타낼 수 있다. 너무나 법제화된 기구는 많은 국가들을 유인하기가 힘들 것이다. 기구들이 무역분쟁에 대한 판결이 아무런 효과가 없다거나 지나치게 강제적인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경우들을 생각해 보면 될 것이다. 전자의 경우 많은 국가들을 모을 수 있을 지는 몰라도 기구 자체의 존재의의가 희미해지며, 후자의 경우 기구가 회원국들에게 가지는 영향력은 강해질지언정 회원국들의 반발과, 비회원국들의 가입거부가 뒤따르기 마련일 것이다. 포럼 쇼핑은 국제기구들이 이러한 딜레마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련한 하나의 수단으로, 일단 재판의 결과가 떨어지면 순응해야 하나 재판을 어디서 할지, 재판을 할지 말지는 국가들의 판단에 맡긴 것이다. 이는 대다수의 무역 국제 기구들이 엄격함에 비하여 안정성, 기구의 유지가능성을 중요시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국가들의 선호와는 별개로 무역에 관련된 여러 국제기구들은 이러한 안정성과 엄격함의 스펙트럼에서 다양한 위치에 걸쳐있다. 이러한 스펙트럼 위에서 국가들은 기구들에 대한 여러가지 선택을 하며, 포럼 쇼핑 역시 이러한 차별적인 선택의 일환인 것이다. 어떤 곳에 제소를 하는가, 라는 것은 어떤 곳의 제도를 어떠한 방식으로 변형시킬 수 있는 선례를 구축하고자 하는 의도의 발현이기 때문이다. 이는 왜 어떠한 국제기구(EU, NAFTA)들은 다른 기구들에 비하여 더 강한 강제력을 지니고 있는 지를 설명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

4. 포럼 쇼핑의 의의-2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 포럼 쇼핑의 의의는 다음과 같다. 다른 국가들에 비하여 자유무역을 선호하지 않는 국가(비자유주의적 구가)가 추구하는 것은 최소의 비용으로 무역분쟁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비자유주의적 국가들은 다자주의적 기구에 제소하는 것을 자신들의 제소가 만들어낼 선례가 가져올 파급효과를 우려하여 피하고, 파장이 작은 지역기구에서 제소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다른 국가들과 기구들이 자신에 비하여 자유무역에 호의적이므로 자신이 제소를 할 확률에 비하여 제소를 당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지역기구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면 이를 다자주의적 기구로 옮기거나 아예 제소를 포기한다. 따라서 이들은 단기적인 이익의 극대화-제소승리-에 대한 고려보다 손실최소화, 혹은 위험회피의 원칙에 따라 행동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자유무역을 선호하는 국가(자유주의적 국가)들은 자신의 행동이 만들 선례의 파급력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한다. 왜냐하면 자신이 피소자가 아닌 다시 제소자가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국제기구의 법적 판결에 대하여 자신들의 선호에 맞추어 변화를 일으키고자 한다.-여기서 중요한 점은 국제기구들의 변화는 일방적으로 자유주의적 방향으로만 일어난다는 사실이다. WTO와 같은 기구들이 보호무역을 옹호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기를 상상하는 것은 어렵다. 이는 기구자체의 목적이나 관료주의와도 관계가 있다.- 따라서 이들은 위험회피가 아니라 이익극대화를 원칙으로 삼아 행동하는 것이다.

이것이 국제정치경제에 던지는 함의는 상당하다. 다른 국가들이나 기구들에 비하여 자신의 정책수준이 어떠한지가 국가들의 행동원칙을 결정한다는 것이기 대문이다. 제도주의적 자유주의에 입각하여 형성된 국제기구들과 규약들의 발전이 자신들의 탄생목적과 일치하는 일방적인 방향으로 이루어진다는 가정하에, 자유주의적 국가들은 이익극대화의 원칙에 입각하여 변화를 더욱 일으키려 시도할 것이며, 비자유주의적 국가들은 손실최소화에 입각하여 현 상태 유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밸리를 잘못 내보낸것 같아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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